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유럽을 휩쓸었던 중세 흑사병은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그 피해를 키웠다. 전염병 사가의 공통된 견해에 따르면, 칭기즈칸의 몽골군이 유럽을 침공했을 때 몽골에 서식했던 마모트 같은 설치류도 같이 유럽에 유입돼 흑사병을 퍼뜨렸다고 한다. 여러 차례에 걸쳐 세계적인 유행을 가져왔던 흑사병은 역사상 무서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다시 흑사병이 유행해서 몽골의 초원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일제 강점기에 서울에 있었던 의학 관계 학생들까지 만주와 몽골에 가서 방역에 종사했다는 얘기를 들은 일이 있다.
흑사병은 쥐의 벼룩에서 옮겨지지만, 설치류를 통한 감염단계를 넘어 사람에서 사람으로 공기전염이 가능해지면 무서운 전염력을 가지는 전염병이 된다. 동남아국가들은 요즘도 야생 쥐를 잡아먹는 곳이 있어 많지는 않아도 흑사병 환자가 매년 발생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베트남도 흑사병 위험지역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아직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지는 공기전염은 일어나고 있지 않다.
무서운 흑사병의 추억을 더듬어 볼 때 몽골의 설치류를 통한 흑사병을 잊을 수는 없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여러 차례 흑사병의 유행에서 벗어났다.
콜레라는 180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괴질이란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고 1822년에는 일본까지 전파됐다. 그러나 흑사병은 만주 이하로 내려왔던 적은 없다. 일단 흑사병이 돌면 사람들의 생활 터전인 집이나 전답을 모두 태워버렸다고 들었다. 참으로 극단적인 방역 활동이었다.
근래 내몽골과 몽골에서 흑사병 환자가 발생했다는 TV 보도가 있어서 중국과 몽골의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제대로 된 방역사업을 통해 대대적인 확산은 막을 수 있겠지만, 몽골의 흑사병 발생은 옛날의 악몽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옛날에 있었던 전염병 중에는 요즘에도 또다시 유행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근대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코로나 인플루엔자는 과거에 있었던 전염병은 아니다. 전염병 방역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이런 새로운 전염병은 물론이고 흑사병과 같이 과거에 있었던 전염병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아마도 세상이 바뀌고 교통수단이 늘어나면 전염병의 전파 기회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 인플루엔자는 신종 전염병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하지만 몽골의 흑사병 발생 소식을 접하면서 과거의 전염병도 소홀히 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종 전염병에 대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던 과거 전염병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또한 필요하다.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유럽을 휩쓸었던 중세 흑사병은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그 피해를 키웠다. 전염병 사가의 공통된 견해에 따르면, 칭기즈칸의 몽골군이 유럽을 침공했을 때 몽골에 서식했던 마모트 같은 설치류도 같이 유럽에 유입돼 흑사병을 퍼뜨렸다고 한다. 여러 차례에 걸쳐 세계적인 유행을 가져왔던 흑사병은 역사상 무서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다시 흑사병이 유행해서 몽골의 초원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일제 강점기에 서울에 있었던 의학 관계 학생들까지 만주와 몽골에 가서 방역에 종사했다는 얘기를 들은 일이 있다.
흑사병은 쥐의 벼룩에서 옮겨지지만, 설치류를 통한 감염단계를 넘어 사람에서 사람으로 공기전염이 가능해지면 무서운 전염력을 가지는 전염병이 된다. 동남아국가들은 요즘도 야생 쥐를 잡아먹는 곳이 있어 많지는 않아도 흑사병 환자가 매년 발생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베트남도 흑사병 위험지역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아직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지는 공기전염은 일어나고 있지 않다.
무서운 흑사병의 추억을 더듬어 볼 때 몽골의 설치류를 통한 흑사병을 잊을 수는 없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여러 차례 흑사병의 유행에서 벗어났다.
콜레라는 180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괴질이란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고 1822년에는 일본까지 전파됐다. 그러나 흑사병은 만주 이하로 내려왔던 적은 없다. 일단 흑사병이 돌면 사람들의 생활 터전인 집이나 전답을 모두 태워버렸다고 들었다. 참으로 극단적인 방역 활동이었다.
근래 내몽골과 몽골에서 흑사병 환자가 발생했다는 TV 보도가 있어서 중국과 몽골의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제대로 된 방역사업을 통해 대대적인 확산은 막을 수 있겠지만, 몽골의 흑사병 발생은 옛날의 악몽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옛날에 있었던 전염병 중에는 요즘에도 또다시 유행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근대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코로나 인플루엔자는 과거에 있었던 전염병은 아니다. 전염병 방역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이런 새로운 전염병은 물론이고 흑사병과 같이 과거에 있었던 전염병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아마도 세상이 바뀌고 교통수단이 늘어나면 전염병의 전파 기회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 인플루엔자는 신종 전염병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하지만 몽골의 흑사병 발생 소식을 접하면서 과거의 전염병도 소홀히 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종 전염병에 대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던 과거 전염병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또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