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지구상에 모기는 꼭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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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모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기후위기의 승자는 모기’라는 말이 있을 만큼 최근 들어 모기의 극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살충제를 뿌려도 잘 죽지 않는 좀비모기의 출현까지 바야흐로 모스키토의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모기는 체장 3∼6㎜에 체중은 3㎎밖에 안되지만 사실상 1억년 전 중생대부터 지구의 세찬 변화를 이겨낸 생태계의 강자다.

하지만 모기는 우리 인류와는 화해할 수 없는 적대적 관계에 놓여 있는 생태계의 숙적이다. 모기한테 안 물려본 사람이 없고, 피해도 막심하다. 모기로 인해 전 세계에서 말라리아로 100만명, 뇌염·뎅기열·황열병 등으로 20만명 등 연간 총 120만명이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구 온난화로 모기의 활동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어 모기로 인한 피해는 더욱 확산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아무리 생명 사랑에 충만한 사람일지라도 모기마저 사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생명 사랑과는 별개로 모기의 박멸을 나도 모르게 바라고 있지는 않을까? 필자의 생각에 모기는 생명 사랑의 수준에 대한 바로미터이다.

그렇다면 만일 모기가 생태계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면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모기가 멸종된다면 지구의 생태계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

모기는 적어도 인간의 입장에서는 인간을 귀찮게 하고 몹쓸 전염병을 옮기는 백해무익한 곤충으로 인식되고 있다. 말라리아 모기는 매년 2억 4700만명의 세계인들을 감염시켜, 그중에서 1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은 말라리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질병 바이러스를 옮긴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모기를 아예 지구상에서 멸종시켜 버리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무리 해충(害蟲)이라고 해도 하나의 종(種)을 완전히 말살시켜 버리는 것은 생태와 생명윤리를 차치하고서라도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구는 인간뿐만 아니라 많은 생물체가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생태공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편의를 위해 모기를 멸종시킨다면 지구의 생태계가 크게 변화를 일으켜 인재(人災)가 발생할 수도 있다.

모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1억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나, 다른 종들과 함께 진화해 왔다. 지구상에는 3500개 종(種)의 모기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 인간을 깨물거나 괴롭히는 것은 불과 10여 가지에 불과하다. 모기들은 6대륙의 모든 인간 서식지에 존재하며, 생태계에서 많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모기는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모기의 먹이사슬에서의 역할은 다양한 생물종들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모기를 먹이로 하는 동물들이 있고, 모기가 이동하는 데 영향을 주는 조직들이 있으며, 이러한 조직들이 서로 연결돼 모기의 존재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모기는 식물의 수분을 전달하고 수종 번식에도 기여한다. 모기는 식물들에게 수분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일부 모기는 식물의 꽃의 꿀을 먹으며, 이를 통해 꽃들의 수종 번식에 기여한다. 모기의 유충은 물 속에서 살기 때문에 물고기, 양서류, 수생곤충 등의 야생동물들이 식량으로 이용한다.

포식자의 입장에서 볼 때, 모기는 맛있고 포획하기도 쉬운 먹이다. 모기의 유충이 사라지면 수백 종의 물고기들은 생존을 위해 먹이를 바꿔야 한다. 이것은 매우 간단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모든 생물은 유전자에 먹이가 각인돼 있기 때문에 그리 간단치가 않다.

따라서 모기가 없어지면 모기의 천적으로 유명한 모스키토피시와 같은 물고기들은 멸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 물고기의 멸종은 먹이사슬 전후에 있는 다른 물고기의 멸종을 초래하여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이다. 모기가 없어지면 모기를 먹이로 삼는 많은 곤충, 거미, 도롱뇽, 도마뱀, 개구리 등도 주요 식량공급원을 잃게 된다.

따라서 모기를 멸종시킨다면 모기의 포식자는 먹이를 잃게 되고, 식물들은 꽃가루 매개자(pollinator)를 잃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모기가 지구 생태계에서 사라지는 것은 다양한 생물종들과 생태적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생태계에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모기를 완전히 없애는 대신, 모기의 수를 통제하고 인간과 동물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구상에서 모기가 사라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게 되므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은 말라리아 등의 질병으로 인한 보건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곤충매개전염병에 대한 예산을 다른 질병에 대한 예산으로 전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는 자연계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명 존중론은 모기의 경우 또한 예외일 수는 없지 않을까?

출처 : 천지일보(https://www.newsc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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